[뉴스프리즘] 반복되는 체육계 폭력…땜질 처방에 멍드는 선수들<br /><br />얼마 전 스포츠계에선 철인 3종 경기 유망주가 팀내 폭력에 시달리다 극단적 선택을 하는 안타까운 일이 벌어졌습니다.<br /><br />유독 스포츠계에서 이런 폭력 사건이 잦은데요.<br /><br />스포츠계의 상황이 얼마나 심각한지, 그리고 쏟아지는 해결책에도 왜 선수들은 계속 피해자로 전락하고만 있는지, 이번 주 뉴스프리즘에서 짚어보겠습니다.<br /><br />▶ 폭력에 멍드는 스포츠 선수들…극단적 선택까지<br /><br />폭행과 협박, 성희롱 등을 겪다가 끝내 스스로 생을 마감한 고 최숙현 선수.<br /><br />최 선수를 극단적 선택으로 내몬 체육계의 가혹행위는 어제 오늘 일이 아닙니다.<br /><br />지난해 1월엔 쇼트트랙 국가대표 심석희 선수가 코치를 성폭행 혐의로 고소해 큰 사회적 파장을 일으켰습니다.<br /><br />뒤이어 유도 선수 신유용도 고교시절 지도자의 상습적 성폭행에 시달렸다고 폭로해 공분을 불러일으켰습니다.<br /><br /> "코치님 '따까리'였기 때문에 코치님 방을 청소해야 되는… 저녁식사를 하고 방청소를 하러 갔는데 그때 성폭행이 이뤄졌던…"<br /><br />지난해 국가인권위가 실시한 실업팀 선수 1,200여명 대상 조사에서 신체폭력을 경험했다고 답한 비율은 26%에 달했습니다.<br /><br />가해자는 선배와 코치, 감독 순으로 많았고, 연습장과 합숙소 등 소속팀의 모든 공간에서 폭력이 이뤄졌습니다.<br /><br />또, 여자 선수 37%, 남자 선수 12% 가량은 성희롱을 경험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.<br /><br />성폭력도 확인된 것만 52건이었는데, 아무런 대처를 못했다는 답이 46%, 괜찮은 척했다는 답이 35%로 대부분이었습니다.<br /><br /> "선수들은 법·제도적 조력이 어렵고 개인적 해결에만 의존하거나 신분·계약상 불이익과 보복이 두려워 문제제기 하기가 어렵습니다."<br /><br />체육계는 그간 폭행, 성폭력 사건 때마다 재발 방지를 약속해왔습니다.<br /><br /> "가혹행위 및 성폭력 가해자가 국내외에서 발을 붙이지 못하게 엄정 조치하겠습니다."<br /><br />하지만 바뀌지 않는 실상에, 마침내 대통령까지 재발 방지와 처벌을 촉구하고 나섰습니다.<br /><br /> "다시는 이와 같은 불행한 사건이 반복되어서는 안 됩니다. 철저한 조사를 통해 합당한 처벌과 책임이 뒤따라야 합니다."<br /><br />여전히 한국 체육계에는 지도자와 선배에 대한 절대 복종이란 군대식 상명하복 문화와 폭력적 훈련의 뿌리가 매우 깊습니다.<br /><br />지금 이 순간에도 또 다른 최숙현 선수들은 곳곳에서 신음하고 있습니다.<br /><br />연합뉴스TV 곽준영입니다. (kwak_ka@yna.co.kr)<br /><br />▶ 때려야 메달?…잘못된 관행·땜질 처방이 화 키워<br /><br />영화 '4등'은 1등만 기억하는 세상에서 메달권 밖 수영 선수가 순위 안에 들기 위해 폭력 코치에게 훈련받는 이야기를 그렸습니다.<br /><br /> "하기 싫지? 도망가고 싶지? (엉덩이)대라."<br /><br />국가인권위원회가 제작에 참여한 이 작품은 현실적 소재로 반향을 일으켰습니다. 하지만 달라진 건 없습니다.<br /><br />끊이지 않고 되풀이되는 체육계 폭력 사건의 원인은 복합적입니다.<br /><br />성적 지상주의, 잘못된 훈련 문화, 정부의 부실한 대응 등이 대표적으로 꼽힙니다.<br /><br />흘린 땀의 가치 만으로도 박수 받을 수 있다는 것은 메달에 목숨 건 한국식 엘리트 체육에선 통하지 않습니다.<br /><br />선수들은 '승리'를 강요받고 그 안에서 길들여졌습니다.<br /><br /> "경주시청 트라이애슬론팀은 감독과 특정 선수만의 왕국이었으며, 폐쇄적이고 은밀하게 상습적인 폭력과 폭언이 당연시돼있었습니다.<br /><br />관행의 탈을 쓴 폭력, 지도자와 선배들의 제왕 같은 권력 앞에 피해자들은 속출합니다.<br /><br /> "인권을 떨어뜨리고 사람에게 괴로움을 주는 것 뿐만 아니라 경기력 향상도 보장이 안되는 문제는 체육계가 심각히 깨닫고 개혁하고 변혁해야할 때입니다."<br /><br />선수 인생 포기를 각오해야 하기에 '내부고발자'가 되기도 쉽지 않습니다.<br /><br />가해자는 이를 악용해 더욱 교묘하게 폭력을 휘두릅니다.<br /><br />'그들만의 리그'이긴 기관들도 마찬가지라, 최숙현 선수 역시 용기를 내 5개월간 6개 기관에 호소했지만 소용이 없었습니다.<br /><br /> "책임있는 자리에 있는 사람들의 인권 감수성이 국민들을 따라오지 못한 것이라 봅니다. 선수는 '해결될 일은 없겠구나' 좌절하고, 절망하고, 결국 고립감과 무력감이 극단적 선택에 이르게 되도록 방치한 기관들의 책임이 아주 크다고 생각합니다. "<br /><br />폐쇄적 체육계 시스템에 대한 구조적 수술과 엄중한 처벌 없이 또 땜질 처방으로 넘어간다면 제2, 제3의 최숙현은 언젠가 또 등장할 수밖에 없다는 이야기입니다.<br /><br />연합뉴스TV 장윤희입니다. (ego@yna.co.kr)<br /><br />▶ 일 터지면 "재발 방지" 반복…독립 조사기구 필수<br /><br /> "선수들의 미래를 좌지우지하며 이를 무기로 부당한 행위를 자행하는 것을 뿌리뽑도록 하겠습니다."<br /><br />쇼트트랙 국가대표 심석희 선수에 대한 조재범 코치의 지속적 성폭력이 드러난 뒤, 대한체육회는 고개를 숙였습니다.<br /><br />이어 폭행 가해자 징계기준을 강화하고 성폭력 관련 내부 규정 개정 등 각종 대책을 내놨습니다.<br /><br />스포츠혁신위원회도 출범해 피해자 지원과 엘리트 중심의 체육 시스템 개선 등을 담은 7차례 권고안을 내놨습니다.<br /><br />하지만 1년 뒤엔 극단적 선택이란 비극이 또 터졌습니다.<br /><br />이번에도 재발을 막겠다는 약속은 반복됐습니다.<br /><br /> "다시는 선수가 희생되는 일이 재발되지 않도록 이번 사건에 대해서도 철저히 조사하도록 하겠습니다."<br /><br />추악한 뒷면이 드러날 때마다 당국과 체육회가 내놓는 대책들이 사태의 재발을 막지 못한 겁니다.<br /><br />'빛좋은 개살구'에 불과했던 것입니다.<br /><br /> "스포츠혁신위원회가 꾸려졌고 1차에서 7차까지의 권고가 발표됐습니다. 그리고 나서 아무 변화가 없었던 것이죠."<br /><br />전문가들은 엘리트 위주의 체육계 패러다임의 개조가 근본 대책이라고 지적합니다.<br /><br />국내외 무대에서 성과를 내면 폭행,폭언에 성폭력까지 비상식적 행태가 사실상 용인되기 때문입니다.<br /><br />